건강한 삶 헬스

여성의 공적 자궁경부암… “병리학으로 예방하세요”

힉스_길메들 2008. 11. 6. 01:00

바이러스 검사 통해 발병확률 추측, 예방가능

 

최근 TV를 켜면 연예인 변정수 씨가 딸과 함께 홍보광고에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캠페인은 대한암협회가 ‘자궁경부암’의 심각성과 조기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진행하고 있다. 두 딸의 엄마이면서도 미모의 30대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변정수 씨가 홍보대사로 적합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자궁경부암은 여성의 자궁 중에서 ‘경부’라고 불리는 질과 연결되는 부위에 발생하는 암을 지칭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그냥 자궁암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바이러스가 원인… 여성암 중 발병률 높아

자궁경부암은 우리나라 여성에서 발생하는 암 중 수위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주변세포로의 침윤이 없는 전암병변까지 포함하면 가장 발병률이 높은 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human papillomavirus)가 대표적이다. 인유두종바이러스는 그 종류가 100여종 이상으로 매우 다양한데, 암 또는 그 전구병변을 일으키는 위험도에 따라 크게 저위험군과 고위험군 바이러스로 나누고 있다.

인유두종바이러스는 대부분 성적 접촉을 통하여 감염되고 성관계를 경험한 여성이라면 평생 한번이라도 감염될 확률이 80%에 이른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감염되더라도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은 인체의 면역 체계에 의해 자연 소멸되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인유두종바이러스 중에서도 고위험군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성 중, 이 바이러스가 자연 소실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남아 있게 되면 감염 될 위험이 있다. 자궁경부에 상피내 이형성증(전암 단계)을 거쳐 침윤성 자궁경부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은 사람에 따라 수년에서 수십년 까지 시간이 소요된다.

모든 암이 그렇지만 자궁경부암 역시 암의 전단계 또는 초기에 발견됐을 때는 간단한 치료를 통해 완치될 수 있다. 암이 상당수준까지 진행된 이후 발견된다면 완치 확률은 낮아지며, 치료를 위해서 매우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초기에, 혹은 암이 발병하기 전 단계에서 미리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기검진의 활성화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는 30세 이상 여성에서 지정 의료기관에서 2년에 한번 씩 지정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자궁경부암을 검진받을 수 있다.

●병리학적 검진으로 조기진단·예방 가능

자궁경부암이 발생한 모습(좌)와 정상세포들의 모습(우)
자궁경부암은 후진국일수록 발병률이 높다. 조기검진 기술이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과거에는 여성암 발병률 1위를 기록했지만 지속적인 조기검진으로 7위 이하로 떨어졌다.

검사방법은 의외로 간단한데, 산부인과에서 의사가 자궁입구를 브러쉬로 문질러 세포를 체취하는 방법을 주로 쓴다. ‘자궁경부 질세포검사’라고 부른다.

이렇게 산부인과 의사가 채취한 세포는 병리과로 보내져 고정 및 염색의 과정을 거친다. 병리의사는 이를 현미경으로 보고 이상 세포가 없을 때는 정상으로 진단하고, 이상 세포가 관찰될 때는 그 정도에 따라 등급을 나누어준다. 산부인과 의사는 이 결과에 따라 다시 재검사, 추가 생검을 통한 조직 검사 혹은 치료 등의 방침을 결정하게 된다.

최근 검사는 단지 현미경으로 세포만 관찰하고 끝내지 않는다. 분자생물학적 방법을 이용하여 인유두종바이러스의 감염 유무 및 감염된 바이러스의 종류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HPV검사에 사용되는 chip의 사진. 좌측(붉은 선 표시)이 바이러스 양성반응을 보인 모습이다.
바이러스성 질환은 치료가 어렵다고 하지만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인간의 통제영역으로 넘어왔다. 얼마 전 백신이 개발된데다 병리학의 발전으로 바이러스의 감염여부까지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궁경부 질세포검사를 통해 아직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것을 확인한 여성이라면, 백신을 통한 적극적인 예방 역시 생각해 볼 수 있게 됐다.

보통 ‘암’이라면 백신으로 예방하기 어렵다. 최근 유전자 치료를 이용한 맞춤형 항암치료가 각광받고 있다지만, 자궁경부암처럼 발병 이전부터 환자의 상태를 비교적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경우도 드물다. 어떻게 보면 맞춤치료를 적용하기에 가장 유리한 암의 종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예방이 치료보다 현명한 선택이라는 점은 분명할테니 말이다.

김민아 서울대학병원 병리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