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모세포종 등 악성종양에 대한 DNA 통한 표적치료법
영화 ‘편지’ 속 신혼 부부 정인(최진실분)과 환유(박신양 분)가 등장한다. 그들의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을 매정하게 끝내 버린 병이 있었으니 바로 뇌종양이었다.
영화 초반에 멀쩡하던 환유는 퀭한 눈으로 남은 힘을 짜내 아내의 교수 임용을 축하하고 이내 세상을 떠나버렸다. 최근 정치명문가인 케네디가의 에드워드 케네디 미 상원의원도 교모세포종에 걸려 뇌종양제거 수술을 받고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뇌종양은 두개강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발생한다. 인체 다른 부위에서 발생하는 종양과 비교했을 때 증상의 진행이 빠르다. 또한 양성 종양이라도 발생부위가 생명 유지를 위하여 꼭 필요한 뇌 부위인 만큼 수술로 치료할 수 있는 경우 역시 제한적이다. 이런 경우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차선으로 쓸 수 있으나 환자의 상태가 급속히 악화되거나 반신불수, 또는 언어장애 등 심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양쪽 전두엽과 뇌량 (corpus callosum)등 여러 부위을 침범한 교모세포종의 MRI사진. 종양이 빠르게 자라 중앙부의 괴사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교종은 뇌종양 중 가장 빈도가 높은 종양이며, 이 중 교모세포종은 교종 중에서 가장 악성으로 전체 뇌종양의 12~15%를 차지한다.
수술을 시작하면서 종양이 시야에 들어 오면 신경외과 의사가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쌀알 정도 크기의 종양을 떼어 병리의사에게 보내는 일이다. 대부분의 병원의 수술실이나 수술실 근처에는 병리과의 실험실이 위치해 있어 현장에서 바로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돼 있다.
수술 중 진단을 의뢰 받은 병리실험실에서는 분초를 다투어 표본을 만든다. 현미경으로 관찰 가능하도록 얇게 박절하고 ‘헤마톡실린 에오신’이란 약으로 염색을 하는 것이다.
병리의사는 표본을 현미경으로 살펴보고 악성종양의 특징인 세포의 이형성, 세포 분열상, 혈관의 증식 또는 괴사가 관찰되면 서슴없이 수술 방의 집도의에게 "교모세포종"이라는 진단을 전한다. 진단명이 붙여지면 신경외과의사는 수술의 방법, 절제의 범위 등을 결정하고 드디어 종양의 절제가 이루어진다.
그 후 환자는 혈액종양내과로 전과되며 혈액종양내과의사는 여러 검사결과와 수술을 끝낸 환자의 상태를 종합하여 부가적 항암약물 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한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 여러 과의 협진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불행히도 교모세포종은 발생 빈도가 높은 뇌종양임에도 불구하고, 또한 그 동안 밝혀진 종양의 병태에 대한 분자유전학적 지식의 축적에도 불구하고 아직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불치의 암 중 하나다. 주변 뇌 실질을 침투하면서 빠르게 자라는 성질 때문에 환자의 반수 이상이 진단 후 1년도 생존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교모세포종에도 약간의 희망이 보이고 있으니 그것은 새로운 항암제 ‘테모졸로마이드(temozolomide)’의 탄생이다. 이 약제는 먹는 항암제로 DNA를 알킬화시켜 세포사를 유도하여 종양세포를 사멸한다.
현재 유일하게 악성교모세포종에서 종양의 볼륨을 현저히 줄여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시키는 항암제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항암제는 방사선치료와 병행할 경우 더욱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항암제에도 복병이 있었으니 이 항암제가 치료 효과를 발휘하는 교모세포종이 있고 전혀 치료효과를 내지 못하는 교모세포종도 있다. 환자 맞춤형 치료를 위해 교모세포종의 원인과 종류를 유전자 단위에서 진단하고, 적합한 항암제를 사용하는 방법 역시 개발되고 있다.
병리의사는 이런 의료의 현장에서 종양이 왜 발생했는지, 이 종양은 같은 이름의 종양인데 왜 다른 예후를 보이는지를 연구한다. 어떤 약제에는 잘 듣고 어떤 약제에는 잘 듣지 않는데 그러한 원인은 무엇인지를 밝히는데 앞장서 있는 것이다. 병리과의 ‘24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활발히 돌아가고 있다(목요일에 계속됩니다).
박성혜 서울대학교 병리과 교수
영화 초반에 멀쩡하던 환유는 퀭한 눈으로 남은 힘을 짜내 아내의 교수 임용을 축하하고 이내 세상을 떠나버렸다. 최근 정치명문가인 케네디가의 에드워드 케네디 미 상원의원도 교모세포종에 걸려 뇌종양제거 수술을 받고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뇌종양은 두개강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발생한다. 인체 다른 부위에서 발생하는 종양과 비교했을 때 증상의 진행이 빠르다. 또한 양성 종양이라도 발생부위가 생명 유지를 위하여 꼭 필요한 뇌 부위인 만큼 수술로 치료할 수 있는 경우 역시 제한적이다. 이런 경우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차선으로 쓸 수 있으나 환자의 상태가 급속히 악화되거나 반신불수, 또는 언어장애 등 심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http://img.thescience.co.kr/icon/pic_arrow.gif)
![](http://news.dongascience.com/MEDIA/Photo/2008/11/11/20081111-15.jpg)
수술을 시작하면서 종양이 시야에 들어 오면 신경외과 의사가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쌀알 정도 크기의 종양을 떼어 병리의사에게 보내는 일이다. 대부분의 병원의 수술실이나 수술실 근처에는 병리과의 실험실이 위치해 있어 현장에서 바로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돼 있다.
수술 중 진단을 의뢰 받은 병리실험실에서는 분초를 다투어 표본을 만든다. 현미경으로 관찰 가능하도록 얇게 박절하고 ‘헤마톡실린 에오신’이란 약으로 염색을 하는 것이다.
병리의사는 표본을 현미경으로 살펴보고 악성종양의 특징인 세포의 이형성, 세포 분열상, 혈관의 증식 또는 괴사가 관찰되면 서슴없이 수술 방의 집도의에게 "교모세포종"이라는 진단을 전한다. 진단명이 붙여지면 신경외과의사는 수술의 방법, 절제의 범위 등을 결정하고 드디어 종양의 절제가 이루어진다.
그 후 환자는 혈액종양내과로 전과되며 혈액종양내과의사는 여러 검사결과와 수술을 끝낸 환자의 상태를 종합하여 부가적 항암약물 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한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 여러 과의 협진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불행히도 교모세포종은 발생 빈도가 높은 뇌종양임에도 불구하고, 또한 그 동안 밝혀진 종양의 병태에 대한 분자유전학적 지식의 축적에도 불구하고 아직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불치의 암 중 하나다. 주변 뇌 실질을 침투하면서 빠르게 자라는 성질 때문에 환자의 반수 이상이 진단 후 1년도 생존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교모세포종에도 약간의 희망이 보이고 있으니 그것은 새로운 항암제 ‘테모졸로마이드(temozolomide)’의 탄생이다. 이 약제는 먹는 항암제로 DNA를 알킬화시켜 세포사를 유도하여 종양세포를 사멸한다.
현재 유일하게 악성교모세포종에서 종양의 볼륨을 현저히 줄여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시키는 항암제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항암제는 방사선치료와 병행할 경우 더욱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항암제에도 복병이 있었으니 이 항암제가 치료 효과를 발휘하는 교모세포종이 있고 전혀 치료효과를 내지 못하는 교모세포종도 있다. 환자 맞춤형 치료를 위해 교모세포종의 원인과 종류를 유전자 단위에서 진단하고, 적합한 항암제를 사용하는 방법 역시 개발되고 있다.
병리의사는 이런 의료의 현장에서 종양이 왜 발생했는지, 이 종양은 같은 이름의 종양인데 왜 다른 예후를 보이는지를 연구한다. 어떤 약제에는 잘 듣고 어떤 약제에는 잘 듣지 않는데 그러한 원인은 무엇인지를 밝히는데 앞장서 있는 것이다. 병리과의 ‘24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활발히 돌아가고 있다(목요일에 계속됩니다).
박성혜 서울대학교 병리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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