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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퇴행성 질환인가?

힉스_길메들 2008. 11. 6. 01:03

DNA 돌연변이가 원인… 나이 들수록 발병확률 높아져

 

암은 참 흔한 질병이 되어버렸다. 대부분의 사람은 주변에 암으로 운명을 달리한 친척 한두명은 있을 정도로 가까운 질병이 되어버린 것이다. 미국에서 발표된 암과 관련된 여러 가지 통계 중 하나로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일생 동안 한번은 암에 걸릴 것이라는 말도 있다.

암은 사람의 몸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자라나는 것이다. 흔히 ‘암 덩어리가 생겼다’ 혹은 ‘암 덩어리를 제거했다’ 라는 말을 쓰는데,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자라난 세포 덩어리가 암 인 것이다. 세포는 세포 내에 있는 DNA 정보를 기반으로 해서 주변 환경과 조건에 맞추어서 성장한다. 암세포는 대부분 DNA 정보의 변형(돌연변이)에 의해서 비정상적인 세포 성장이 일어나게 된다.

●암의 원인-DNA 돌연변이

방사선, 담배, 석면 등은 대표적인 발암 물질로써 DNA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모든 DNA 돌연변이가 암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포의 성장 유전자들과 관련된 돌연변이가 암을 일으킨다. 그렇기에 암의 발병 유무는 일종의 운이고 확률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발암물질에 의해서 돌연변이가 수만 개 생겼어도 암과 연관되지 않은 돌연변이가 생기면 암에 걸리지 않는다. 거꾸로 우연히 돌연변이 한 개가 생겼는데, 이 돌연변이가 암 발생에 제일 중요한 유전자에 생겼다면 그때부터 암세포가 자라날 수 있다.

한 예로 하루에 두 갑 이상 평생 담배를 피고 살았어도 폐암에 걸리지 않고 장수하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평생 한 개피의 담배도 피지 않은 사람이 30대에 악성 폐암에 걸릴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통계에 의하면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서 폐암에 걸릴 확률이 50배 이상 높다.

●DNA 돌연변이의 주요 원인 중 하나 - 노화

재미있는 것은 세포의 성장 과정에서 발암 물질과의 접촉이 없다 할지라도 자연적인 DNA 돌연변이들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세포가 여러 번 분열하고 성장하면 더 많은 DNA 돌연변이를 가지게 된다.

예를 들어 세포가 한번 분열하면 유전자에 10개의 돌연변이가 생긴다고 가정할 때, 10번 분열한 세포는 약 100개의 돌연변이를 가지게 되는 식이다. 특히 정상 세포의 경우 여러 번의 분열을 통해서 세포의 노화가 일어나면 DNA 돌연변이 생성도 점차 많아진다. 왜냐하면, 세포내의 DNA의 안정성을 관리하는 여러 시스템의 효율성이 노화와 함께 퇴보하기 때문이다.

즉, 암의 발생이 주로 외부 발암물질의 접촉과 자연적인 돌연변이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나이를 먹으면서 나타나는 일종의 퇴행성 질환이라는 사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오래 살면 오래 살수록 외부 발암 물질 혹은 자연적인 돌연변이에 의해서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일어날 확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암을 제외하면, 20, 30대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던 암들이 40대 그리고 50대가 지나면 극단적으로 많이 생기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면서 암 발병은 더 늘어나고 있다.

켄터키 주에서 수행된 ‘연령과 암 발병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결과 그래프


●암 발병을 낮추기 위한 미국의 연구사례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의 하나인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 칼슘 영양제를 먹듯이, 노인들의 암 발병을 낮추기 위해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 예로 2004년 미국의 보스턴 대학의 피부암 연구가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 피부암은 매우 흔하고, 자외선에 의한 DNA 돌연변이가 큰 원인이다. 나이가 든 사람들은 자외선에 의한 돌연변이에 대한 방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피부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래서 노화 세포에 DNA 돌연변이에 대처하는 시스템을 강화하는 물질을 찾던 중, 티미딘 이염기(thymidine dinucleotide)를 처리해 주고 자외선을 쪼여보니, 이 물질에 의해서 노화세포에서 DNA 돌연변이에 대한 방어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결과를 내었다. 즉 티미딘 이염기는 피부암을 예방할 수 있는 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문제 때문에 티미딘 이염기는 실용화되기 힘들지만, 같은 원리로 부작용이 없는 약물들이 개발된다면, 자외선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선탠 로션과 더불어서 피부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노인들과 같은 사람들을 피부암으로부터 지켜주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퇴행성 질환으로써의 암에 대한 인식필요

암을 퇴행성 질환이라고 이야기하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암들은 노화와 더불어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이기에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암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노화와 관련한 암 예방 및 치료 연구가 꾸준히 수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박준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광주센터 분석연구부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