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씨줄로, 서민의 애환을 날줄로 엮어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 만화 '심야식당'엔, 헤어진 애인을 기다리며 평생 그녀의 생일 때마다 만드는 핑크 빛 음식이 나온다. 생선살을 쪄서 물기를 없앤 뒤에 술, 설탕, 맛술과 함께 분홍식용색소를 넣어 보슬보슬하게 만든 '사쿠라덴부'가 그것이다. 이를 김초밥 속에 넣거나 흰밥 위에 얹어먹게 되는데, 이 때 사용되는 흰살생선이 바로 대구다.
몇 해전 일본 출장 중 튀김을 한 입 베어 물으니 보드라운 그 무엇이 혀끝에 닿은 뒤 따끈한 국물이 주르르 흘러 나온 음식이 있었다. 바로 대구내장(이리)튀김으로 아이스크림을 튀기듯 부드러운 내장을 튀김옷으로 조심스럽게 싸서 튀긴 것이었다. 이웃나라 일본은 대구를 먹는 방식도 우리와 참 다르구나 하고 신기했던 기억이 새롭다.
대구는 회, 조림, 내장젓갈 등 어느 부위도 버리지 않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상용하는데, 한 겨울 화끈하고도 통쾌함을 주는 요리는 뭐니뭐니해도 시원한 국물음식이 아닐까 한다. 대구탕을 취급하는 식당은 많지만, 겨울시즌 생대구탕으로 손에 꼽히는 작은 탕집이 있다. 몇 개 안되는 테이블은 점심시간 전에 예약 되기에, 무작정 찾아가면 추운 문밖에서 한참을 기다리기 일쑤고, 이른 저녁엔 생선이 떨어져 일찍 문을 닫곤 한다. 이 식당에서는 워낙 물이 좋은 생대구를 준비하기 때문에 매운탕 보다는 맑은탕(지리)으로 즐기는 것이 좋다. 게다가 덤으로 즐길 수 있는 부위들인 머리, 알, 이리, 간 등 모든 것이 신선하고 또 알차다. 이곳의 생대구탕은 맵게 먹거나 맑게 먹어도 뒷맛이 무척 깔끔하기 때문에, 숙취해소 핑계로 간 아저씨들이 또 해장 낮술 한 잔으로 불콰해진 모습을 보는 경우도 많다.
갯바위 (생대구탕 1인 15,000원) 생대구는 계절음식이기에 확인하고 가는 것이 안심.
전화 02-878-7728
주소: 서울관악구봉천동 876-19
'맛집·멋집n요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포 염리동 [맛집] '역전회관' 바싹불고기·낙지구이 ‘명물’ (0) | 2013.03.10 |
---|---|
대를 이은 두부 요리의 참맛 (0) | 2013.03.10 |
선조들의 건강지혜 엿볼 수 있는 ‘정월대보름’오곡밥 (0) | 2013.02.23 |
약밥(약식) 만드는 방법입니다. (0) | 2013.02.23 |
황금비율 레시피~ 약밥과 잡채 (0) | 2013.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