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까지 한강둔치로 20km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그런데 그제 야근을 마치고 아침에 퇴근을 할 때 자전거 출퇴근 길 20km를 걷기로 마음을 먹고 올만에 등산화를 꺼내 신고 출근을 하였다.
집까지 예상시간은 시속 5km/h로 걷는다는 생각으로 4시간을 잡고 퇴근시간 9시를 기해 직장을 나서 고덕천변을 따라 고덕생태공원앞에서 한강자전거도로 접어 든다. 암사취수장이 있는 구암고개를 넘어 선사지구앞에서는 갈대가 우거진 갈대숲을 걷는다. 어제부터 시작된 비가 새벽녁에도 지칠줄 모르고 내리더니 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암울한 잿빛 구름을 두리우고 스산하게 부는 바람결에 서걱대며 우는 갈대는 간간히 빛추는 햇살에 갈색추억을 떠 올리고 마사토로 다듬어 놓은 보행자길은 아스팔트와 다른 감촉을 발끝에 전해준다.
구암대교 건설현장을 지나 한참을 걷는데 부산i님으로부터 손폰이 울린다. 비도 그쳤으니 잔차를 타자시나 집까지 걸어가고 있는 실정이라 응할 수 없었다. 광진교를 지나며 천호대교에서 자전거도로 옆으로 나란히 걸으며 성내천을 지난다. 걸음을 걷는중에 이따금 거리와 시간을 체크하며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다 잠실대교를 지나 선착장을 못미쳐 자전거도로에 손폰 하나가 떨어져 있어 좋은 일 한다고 주어들어 무조건 단축키 1번을 눌러보니 "정경애"란 이름이 화상에 뜨나 전화벨이 한참을 울려도 받지를 않는다.
잠실선착장을 지나가고 있는데 메시지가 도착한다. 해서 그 번호에 전화를 하니 여성이 전화를 받는다. 잠실대교 부근에서 손폰을 주웠는데 전화 주인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아는 사람이라며 주인에게 연락하겠노라고 하며 전화를 끊는다. 잠시후 전화벨이 울려 받으니 전화 주인과 통화가 안되니 자기가 받으러 자전거를 타고 나오겠단다. 그래서 나의 진행경로를 알려주고 손에 책 한권을 들고 있다고 전하고 전화를 끊고 종합운동장앞 한강변을 걷는중에 다시 전화벨이 울린다. 폴더를 열어 전화를 받는데 어느 여성의 목소리가 울린다. 전화 주인인데 손폰을 주웠으면 잠실대교 부근의 매점에 맡겨 놓아 달래서 지금의 위치와 가는 행로를 알려주며 자전거 타고 뒤따라 오라며 손폰을 끊고 청담2교밑 탄천 쪽다리를 건너 탄천변을 거슬러 오른다.
종합운동장 맞은편 탄천변을 걷는데 다시 손폰이 울린다. 메세지로 연락이 된 여성분이 현 위치를 물어 온다. 지금의 위치를 알려주니 벌써 그렇게나 빨리 왔느냐며 알겠다고 하더니 조금 있으니 뒤에서 인기척을 주며 손폰을 받으러 왔노란다. 나는 손폰을 건네 주며 주인에게서 좀 전에 전화가 왔으니 주인에게 맛있는 것 사달래라고 하며 가던 길을 계속 걷는다.
워킹화가 아닌 등산화를 신어서 그런지 발목이 불편하고 새끼발가락에 통증을 느낀다. 집앞에 도착하니 12시13분이다. 20km 거리를 3시간13분만에 주파한 것이다. 집에 들어가 발가락을 보았더니 왼쪽 새끼발가락의 발톱 주변에 빨갛게 물집이 잡혀있고, 오른쪽 가운데 발톱끝에 빨간 피멍이 들었다. 신발도 맞지 않았고 6km/h의 속도가 너무 빨랗던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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