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롭게 사는길

집마다 제각각, 차례상 차리는 법

힉스_길메들 2015. 9. 26. 14:19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차례는 '차(茶)'를 올리는 예'라는 뜻이다. 제사가 아니라 명절을 맞이했음을 조상에게 알리는 간략한 의식을 말한다.

하지만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나눈다는 의미를 되새기면 상에 오르는 음식의 가짓수는 늘어난다. 차례상을 바라보는 친척의 눈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추석 차례상 소요비용이 4인 기준 평균 23만3747원으로 지난해보다 2.7% 올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추석을 맞아 서울 시내 90개 시장 및 유통업체(백화점 12곳, 대형마트 24곳, SSM 18곳, 일반 슈퍼마켓 19곳, 전통시장 17곳)의 추석 제수용품 '24개 품목'에 대해 조사한 결과다.

뉴시스


차례상에 오르는 음식이 늘어나는 만큼 차례상을 차리는 건 다시 어려워진다. 평소 식탁과 다른, 넓디넓은 상을 근근이 채우고 나면 자리 배치를 두고 고민에 빠진다.

유교적 전통문화를 대변하는 성균관이 권장하는 차례상이 있다. 이에 따르면 신위(지방) 앞에 음식을 배열하는 방식은 크게 3~5열, 3종류다. 5열이 주를 이룬다.

신위가 차례상에서 기준을 잡는다. 방위와 관계없이 신위를 모신 곳을 북쪽으로 두고 동서남북을 나누면 된다. 신위에 가까운 쪽부터 1열이다.

1열에는 밥(떡)·국, 2열에는 전·적류, 3열 탕, 4열 포·나물·식혜·김치, 5열에는 과일을 놓는다. 4열로 놓을 때는 3열인 탕을 빼면 된다. 밥(떡)과 술은 신위 수대로 올리고, 나머지 음식은 한 벌만 차린다.

나물은 3색이 기본이다. 3이란 숫자가 홀수로 길하고, 콩나물·숙주나물 등 곡물에서 길러낸 집나물, 시금치·무 등 들나물, 고사리·도라지 등 산나물 등을 기본으로 하라는 것이다.

각 어구를 기억하면 차례상을 차리는 건 좀 더 쉬워진다.

먼저 1열은 '반서갱동'을 참고해서 차리면 된다. 밥(반)은 서쪽(오른쪽)에 놓고 국(갱)은 동쪽(왼쪽)에 놓는다는 의미다. 음양의 원리에 따라 죽은 사람은 산 사람과 반대로 하므로 꼭 지켜야 한다.

2열은 '두동미서'라고 해서 생선의 경우 머리는 동쪽(오른쪽), 꼬리는 서쪽(왼쪽)으로 놓는다.

 

3열은 '좌포우혜'다. 포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에 놓는다.

4열은 '숙서생동'이다. 나물은 서쪽, 생김치는 동쪽에 놓는다. 등과 배가 있는 제수는 바르게 놓을 때는 등이 위로 가고 뉘어 놓을 때는 배가 신위쪽으로 가게 놓는다.

5열에 과일을 놓을 때는 '조율이시'라고 해서 대추, 밤, 배, 감의 순으로 놓거나 '홍동백서'라고 해서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 이는 색깔로 보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계절과 지방에 따라 과일이 다르기 때문에 각 집안에서 알아서 차리면 된다.

'각 집안에서 알아서 차리면 된다'는 해설은 사실 차례상 전체에 해당한다. 가가례(家家禮), 집집이 제사 범절이 제각각이라는 말도 있고 '남의 집 제사상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하지 말라'는 속담도 있다. 가장 좋은 또는 예절에 맞는 차례상 차리는 법은 가정에서 내려오는 풍습을 지키는 것이라는 조언이다.

kafka@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