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로 뚜벅뚜벅

백두대간 01회차 산행기 둘째날

힉스_길메들 2003. 9. 18. 22:11

  2410 잠자리에 들어 0430에 눈을 뜨자니 좀 괴롭다. 허나 어쩔까. 길은 떠나야 하고, 밥은 지어서 먹어야 하는 것을, 늦게까지 술 마신 탓에 밥은 맛이 없으나 억지로 몇 술 뜨고는 집에 출발 신고를 하니 서울엔 지금 비. 이곳은 흐림.

짐을 꾸려 0615에 노치샘을 출발하여 수정봉을 향하여 마을 뒤로 오르자마자 아름드리 소나무가 네그루가 나란히 서있다. 이곳은 동리 주민들의 토템신앙이 있는 듯 비석과 제단이 있다. 이곳을 지나 나무계단을 따라 오르다가 산길로 1시간여만에 수정봉(804m)을 올라서고는 길을 잘못 들었는지 좌측으로 빠져나간 후 내리막이여서 즉시 수정을 해서 올라서서 산세를 바라보니 우측으로 대간길이 보인다.

  0740 입망치를 지나 봉우리 꼭대기에 올라서니 0800 여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는 0810에 출발하여 여원제로 향해 거의 내리막길을 내달리니 석장승이 서있고 길을 따라 좌측으로 약 10m정도 건너에 여원재(480m/유치10.k)의 이정표가 보인다.


  여원재 고갯길을 건너 산길에 올라서니0855. 휴식을 취하며 지도를 보고 고남산까지의 산세를 바라보니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져 별로 힘들 것 같지가 0910출발한다. 길은 곧장 가다 왼편으로 돌아 야산마루에 올라 북쪽으로 방향(장동마을을 끼고 밭길 따라)을 틀어야 하는 것을 그대로 서진(산소 가는 길로 길도 좋고 중간에 대간표지기가 걸려 있어 오해할 수 있음)하여 길을 잘못드니 잠시의 착오가 기운은 빠뜨리고  허탈하다.

고남산의 통신시설은 손에 잡힐 듯 잡힐 듯하지마는 잘못 든 여독이 그대로 묻어난다. 가는 길엔 쓰러진 나무둥치가 가로막고 지치고 허기진 배는 걸음을 잡는다. 쉬기를 몇 번인가 기어이 산정에 1225올라서서 뒤돌아 지난 여원재구간을 바라보니 새삼 눈에 들어온다.


  고남산(848.5) 멀고도 긴 여정. 기념사진 한 장박고는 산불감시초소로 내려서 헬기장에서 김치라면으로 국을 끊이는 동안 병환은 들어 누워 지친 몸을 달랜다.

점심을 먹는데 병환은 몸이 지쳐서 그런지 라면 국에 밥을 말더니 몇 술 뜨더니 그대로 드러눕기에 억지로 일으켜 먹어야 한다고 요기시킨다. 점심을 먹는 중에 가랑비가 이슬비처럼 나려 서둘러 짐을 꾸리고 한숨 자기로 하고는 드러누웠으나 가랑비는 점점 더 굵어 지고하여 일어나 1330길을 재촉하니 이미 빗방울은 커지고 옷깃은 젖어 들어온다.

나는 점심을 먹고, 잠시 쉰 것에 컨디션을 회복했는지 발걸음이 가볍다. 통신시설을 우회하여 통안재 포장된 찻길을 따라 내려가다 산길로 접어든다.

내리막길에 오르내리기를 몇 차례 임도를 만나고 유치 재에 1415내려서니 코팅한 안내지가 눈에 들어온다. TAX전화번호와 요금표, 막걸리한잔 할 수 있다는 매요리가 지척이라는 안내문이다. 거리상 아직 1시간은 족히 가얄 것 같은데 말이다. 허긴 대간꾼에게는 1시간이 지척이지.

  유치재에 내려서니 처음으로 병환이 쉬어가자 요청한다. 이곳에서 오이하나 잘라먹고 물 한 모금하고는 1430에 출발, 얕은 동산을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니 개짓는 소리가 요란하다.


  마을에 내려서서는 좌측 길로 들어서니 매요리구판장앞에 깃대가 있고 그 앞에는 마을회관 정자가 있어 행사하기에 적합하나 구판장에는 장사를 하지 않는지 문이 닫혀있다. 마을 조금 높은 곳에는 교회 탑이 우뚝 서 있고 그 앞에 우리가 찾는 매요리휴게소 입간판이 눈에 띄는데 표지기가 잔뜩 걸려있다. 1520작은 구멍가게인 이 휴게소에 도착하니 점방은 자물쇠로 굳게 닫혀있어 그에 딸린 집 문을 두두 리니 할머니가 나오시면서 비가 오고 손이 없어 잠을 자려는 중이란다. 맥주2병과 땅콩을 사서 택시를 불러 달래니 명함을 두장 내밀고 전화해 보라며 운봉까지 택시를 타고 가서는 운봉에서 남원은 버스가 수시로 있으니 버스를 타고 가래며 사치재는 88고속도로 위 고가로 가야한다고 일러 주신다. 병환이 휴대전화를 꺼내 통화를 하고 맥주한잔하고 있는데 다 먹기도 전에 택시가 바람을 가르고 비를 휘날리며 도착한다.


  허겁지겁 맥주를 따라 마시고 나니 기사분이 트렁크를 열고는 스틱과 배낭을 집어넣는 모습이 숙련된 도공의 도자기 굽는 모습과 흡사하다.

할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고는 1535그곳을 떠나니 기사분이 운봉에 남원은 완행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좋단다. 완행은 고속버스터미널를 거쳐 가고, 직행은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니 그곳에서 다시 택시를 타야하기 때문이란다.

  운봉읍내에 들어가니 버스가 한대 미끄러져 나오는 것을 보신 기사아쟈씨 크락션을 울리며 손짓으로 버스를 세우고는 잽싸게 트렁크에서 배낭을 꺼내어 주신다.

운봉에 도착하자마자 출발하는 1540버스에 올랐다. 요금을 계산하고는 고속버스터미널에 하차를 부탁하니 버스는 우리가 지나온 여원재를 통과하고, 빗길을 한참을 달려 남원고속터미널앞에 1605 우리를 떨구어 놓고 비,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길을 물어 5분여만에 터미널에 들어서니 남원발 서울행고속버스가 1640에 있어 매표하고 나니 병환이 배낭만을 남겨 놓고는 사라졌다. 수첩을 꺼내어 기록을 하고나니 화장실에 들어가 웃통을 벗고 씻고 나왔다는 것이다. 나도 화장실에 들어가 머리를 감고 웃통을 벗어 셔츠며 모자를 빨고, 수건으로 몸을 닦고 나오니 버스가 승차장에 도착하여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자판커피를 뽑아 들고 버스에 오르니 1640에 출발한다.

  버스에 몸을 맡기고 잠시의 이바구중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잠이 든다.

잠중 안내방송 소리에 잠을 깨니 논산~천안간 고속도로 이인휴게소에 도착하여 잠시 정차한다는 코멘트다. 젖은 몸은 에어컨바람에 춥기까지 한데 저녁러시에 언제 서울을 도착하려나? 걱정인데 어느새 버스는 서울요금소에 지나 서초나들목을 빠져 나왔으나 센트럴시티까지는 차량에 막혀 짜증을 내며 한참을 가서는 2030에 도착.


지하로 연결된 지하철3호선 전철역에서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 다음 산행을 굳게 약속하고는 헤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