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로 뚜벅뚜벅

백두대간 11회차 산행기 둘째날

힉스_길메들 2003. 12. 8. 22:36

 사무실에서 방(306호)을 잡고 계산(숙박3만원, 된장찌개2만원4식분)을 마친 후 방 키를 받아 들고 입방해서 공깃밥2개와 소주1병을 추가하니 5천원인데 소주값 3천원만 받고 또한 관리실에서 따뜻한 아침밥을 위해 보온밥통을 주라하여 보온밥통과 공깃밥, 소주를 들고 방으로 들어와 된장찌개를 끊여 반주와 저녁을 먹으니 꿀맛이다.(된장찌개가 내 입맛에 따붕ㅋㅋ^^;)

  방은 화장실과 샤워 실이 설비가 되어 있고 4~5명이 묵을 수 있게 이불이 갖추어져 있어 가족단위로  눈 덮인 산야에 휴식을 취하러 와도 좋겠다.ㅎㅎ

  밥 먹고 샤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똥 눌 때 마음과 똥 눈 후의 마음이 다르다고 식사 후에는 모든 것이 귀찮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스틱에 의존하고 무릎에 힘을 주어 그런지 무릎이 저리다. 아니 왼쪽 관절이 아파서 그냥 누워 있다 이부자리 펴고 잠에 빠진다.zzzz

 

  새벽 5시 알람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정리하고 화장실에 다녀오니 병환이 밖에 눈이 온다고 걱정한다. 화장실에서 나와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눈 쌓인 것이 얇은 것이 나리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는듯하다.***

  된장찌개를 끊이고 보온밥통에서 따뜻한 공깃밥을 꺼내어 때 이른 아침을 하고는 문을 나서는데 병환이 아이젠을 한다는 것을 불편하다고 만류하고 방을 0557에 나선다.

  모든 삼라만상이 잠든 대지 위, 두 사람이 어둠을 뚫고 하이얀 아스팔트를 걸어올라 저수령에 0602다다른다. 어제 보아둔 저수재안내판 옆으로 난 들머리로 올라서니 촉대봉(1081)까지의 가파른 능선길이 새벽부터 나린 눈으로 미끄러워 등줄기에 땀으로 뒤범벅이고 체력의 소모가 얼마나 되었는지 앞서가는 병환이 걸음을 자꾸 멈춘다.

눈은 내리고 있지만 어둡던 대지는 밝음으로 바뀌어 전등이 없어도 진행할 수 있을 정도다. 이렇게 걸으면서 능선에 올라서니 용두동휴게공원 안내판이 두어 개 보인다.

여러 번 미끄러지면서 스틱에 의지하여 촉대봉에 0633올라서니 눈앞이 노랗다. 촉대봉에서 도솔봉과 소백산연봉이 보일만도 하지만 흐린 날씨로 볼 수 없고 촉대봉과 쌍봉처럼 생긴 투구봉에 올라서니 5분이 소요되는데 투구봉에서부터 내려서는 발밑이 미끄럽기가 요철 없는 릿지화의 창에 눈이 얼어 스키가 되었는지 기가 막히다.

  이렇게 미끄러지고 자빠지고 하기를 몇 번인가 넘어지고는 병환에게 아이젠을 빌려 달라고 하여 발에 착용하니 걸음이 수월하다. 지형도상에 있는 시류봉을 언제 넘었는지 알 수 없게 지나고 나뭇잎 떨어진 나뭇가지에 설화가 피어있는 잣나무 숲을 지나니 헬기장를 0722지나는데 억새에 가려 한 밤중에는 확인 어려울 듯싶다. 헬기장을 지나 15분쯤 가면 배재에 도착한다.

  배재 이정표에는 투구봉2.6k/야목마을2.5k/싸리재950m라 표기 되어있다. 여기서 기록사진을 찍고 봉우리를 넘어 나가니 950m의 싸리재가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는지 0805에 싸리재를 밟는다.

싸리재 이정표에는 흙목정상1.2k/원용두마을2.66k로 되어 있다. 싸리재를 뒤로하고 흙목정상(1033.5)에 0840올라서니 이정표에는 헬기장2.0k/임도550m라 표기되어 있다. 하늘엔 아스라이 태양이 떠오르고 대지엔 밝음이 찾아와 오른쪽 발아래를 살펴보니 임도를 따라 계단식 논밭이 환하게 조성되어 있다.

  흙목을 뒤로하고 조금 진행하니 커다란 철골괴물인 송전탑 밑을 0900지나게 되며 35분 만에 헬기장을 통과하는데 5분 뒤에 억새에 묻힌 옛 헬기장을 통과한다.

  지형도상의 뱀재를 확인 못했는데 헬기장쯤이 뱀재가 아닌가 생각하고 솔봉(1102.8)이라 표기된 지점을 실제 지형엔 모시골정상이라 이정표(헬기장1.95k/묘적령1.7k/모시골마을1.7k)를 세우고 표시한 듯싶다. 모시골정상에는 1020에 통과하게 되고 환해지던 대지 위는 어느새 개스가 어둠에 휩싸여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가득하다.


  흙목, 모시골은 산봉우리 아래의 마을 이름이며 이들 마을의 산봉우리라는 말인 듯싶다. 봉우리를 몇 개 넘어 1107묘적령에 이르니 이정표에는 모시골1.7k/모래재1.95k라 적혀 있다. 지형도상에 오래재마을로 표기된 것이 오기인 것 같다. 모래재는 고개가 아니라 솔봉 즉 모시골정상에서부터 우리를 따라온 예천쪽 지방도로가 묘적령에서 이어진 고항치고개를 넘어 가는데 모래재는 고항치에서 고항리쪽 고개 아래의 마을이름이다. 또한 좌측으로 모시골정상부터 대강쪽에서 지금까지 쫓아온 임도가 발아래서 멈춰 있는데 대강사동리쪽에서 올라온 등로가 선명하다. 그리고 묘적령에서부터 속리산국립공원 구역 안이어서 그런지 소북13-07구조목이 보인다.

  묘적령에서 낙엽송숲을 지나 가파른 능선을 한참 오르면 1200 묘적봉(1148)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도솔봉의 암봉이 개스와 눈 사이로 우리를 압도한다. 정상바위지대를 살금살금 내려서니 우측으로 우회로가 있다.

  봉우리를 하나 넘어 가파른 눈 덮인 바위지대를 오르려니 발밑이 불안하고 눈에 젖은 손가락은 얼어와 손끝이 절여온다. 이렇게 가기를 얼마를 가니 바위사면을 돌아가게 나무다리를 가설하여 놓았고 그 위로 올라서니 1255에 제1이정표(묘적봉1.9k/죽령6.0k/사동리1.32k)가 보인다. 아마 이 오르지 못하는 암봉이 도솔봉(1314.2)인 듯싶다. 병환은 이제부터 내리막길이니 넉넉하게 2시간반이면 죽령에 도착하리라 이야기 하지만 글쎄올시다 눈길에 지친 다리로 얼마나 빨리 갈지....

  도솔봉을 지나면서 산죽 밭과 소백산권역이여서 그런지 철쭉나무군락지가 눈에 자주 뛴다. 그리고 소북13-로 이어지는 구조목이 간간이 눈에 띄는데 이 구조 목의 번호가 자꾸 눈에 들어오는 것이 무릎이 아파 걸음이 더디어 지는 것과 반비례하는가 보다.

또 한번 나무계단을 만나는데 이 계단이 없다면 어찌 봉우리를 넘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위험스런 구간에 나무계단을 1455올라서니 제2이정표(죽령3.3k/도솔봉2.7k)를 만난다. 여기가 삼형제봉인가, 1286봉인가. 시간상으로 도솔봉에서 죽령까지 2/3는 왔으리라 생각했지만 절반도 못 온 것이다.


  이정표를 지나면서 내리막으로 들어서는데 산죽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지금부터는 편한 길이 이어지는 느낌이다. 완만한 능선 길을 쉼 없이 달려오니 1525에 제3이정표를 만나는데 도솔봉4.2k/죽령1.8k라 적혀있어 안도 한다.

이곳을 지나니 교통호, 군부대표시목, 초소가 보이더니 군 시설이 있는지 봉우리 하나를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우회하여 능선에 오르니 잘 조성된 묘1기가 있고 고개를 넘는 자동차 소리가 바람을 가르고 들려온다. 묘앞을 가로질러 옆의 능선으로 붙으니 우리가 지나온 산줄기와는 달리 산 봉우리에서 뻗어 나간 산줄기기 왼편 위쪽으로 흐로고 있고 그곳 또한 묘가 있는데 이곳을 돌아 나가니 죽령고개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철봉으로 기둥을 해서 철조망을 가로쳐 놓고“입산금지”란 경고 현수막이 걸려있어 이것을 넘어가니 희방사옛길이라는 이정표 아래로 등산로가 있다. 그 위가 바로 죽령으로 1600에 도착하여 기념사진을 찍고 앞에 보이는 죽령주막에 들어 가니 개짓는 소리만 요란하고 주막이 닫혀 있어 단양쪽 휴게소에 가 보니 그곳 또한 문이 잠겨있다.


  휴게소옆 특산품판매소에 들어가니 가게에 있던 세분아주머니중 한분이 추운데 고생이 많다며 난로위에 있는 영지차를 한잔씩 따라주어 고맙게 마시고는 요깃거리를 찾으니 라면뿐이라 라면이라도 끊여 달라 부탁하고는 버스시간을 물어보니 1550에 출발하였다는 것이다. 대강 경유 단양행으로 막차는 18시에 있다.(눈이 많이 와서 미끄러우면 버스가 안 다닌다 함)

  주인이 라면을 끊이고 우리는 배낭을 정리하고 이곳 아주머니가 대강택시를 불러 주시고 하면서 눈 내리는 소백산의 적막한 죽령고개가 갑자기 분주해 지는 것 같다.

따듯한 온돌 마루에서 라면을 다 먹어 갈 즈음에 택시가 도착 1640에 죽령을 떠나 대강 버스정류소 앞 수퍼에 1700에 내려 준다.

  수퍼마켓겸 버스매표소에서 영주발 단양행버스표를 매표하니 1710차이다. 이 버스를 승차하면 단양에서 서울행 직통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눈길이라 염려 된다는 수퍼주인의 말이 있어 불안한 가운데 버스는 정확하게 1710에 도착 승객을 싣고 출발하는데 단양읍내에서 신호에 걸릴적마다, 시간이 임박 할수록 가슴이 탄다. 해서 버스기사에게 1730발 서울행 버스를 탈수 있게 부탁하니 기사는 탈 수 있을 것이라 대답한다. 단양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1728이다.

  매표소에서 매표를 하자마자 승강장에 뛰어 나가니 버스기사가 손짓하면서 속히 타라고 독촉하신다.

버스는 우리를 싣고는 출발하여 중앙고속도, 영동고속도, 중부고속도로를 거쳐 올림픽대로를 거쳐 동서울터미널에 1950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나는 오면서 이번 산행중에 무릎이 너무 아파 다음 산행은 잠시 쉬었다 시작하자고 동의를 구한다.

이 잠시가 언제일지는 모르나 우리의 일정(병환의 배낭여행, 성탄· 연말연시 등 가족과의 시간)도 있고 해서 해를 넘겨야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