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가 파헤쳐 놓은 길을 요리조리 피해 앞으로 나서니 야트막한 둔덕에 이정표가 하나 0953 보인다. 이정표는 오른편으로 무릉계곡(학등)12.0k/3.00h과 왼편으로 샘터 가는 길이 표시되어 있다. 청옥산정 밑에서 문간재를 지나 무릉계곡으로 빠져 나가는 길이다. 이곳에서 병환이 나에게 기다리라고 하면서 홀로 샘터로 물을 뜨러 갔다 온다. 샘터가 50m로 되어 있는데도 물 한통 떠 오는데 왕복 5분도 안 걸린다. 누군가 파이프를 박아 놓아 쉽게 물을 채울 수 있단다.
병환이 떠 온 물을 한 모금 받아 마시니 시원한 것이 등산객의 한여름 날의 갈증을 풀어 주는데 이만한 약이 없을 듯싶다.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다니 참으로 다행이다. 대간꾼은 이곳에서 반드시 물을 채워야 할 것이다. 꼭여 ^*;
1005 배낭을 짊어지고 이곳을 벗어나니 2분만에 청옥산(1403m)에 정상에 오른다. 이정표에는 두타산7.5k/1.50h, 무릉계곡15.8k/3.20h, 연칠성령3.5k/0.30h, 고적대5.8k/1.20h이라 적혀 있다. 또한 샘터로 가는 길이 화살표방향으로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이곳 정상표지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는 우리가 가야할 고적대를 바라보니 운무 속에서도 북동쪽으로 희미하게 봉우리가 손에 잡힌다. 1012 사진촬영을 마친 우리는 청옥산을 내려선다. 두타산을 내려서듯 이곳 또한 너덜돌에 물 먹은 흙이 미끄럽기가 마찬가지다. 조심해서 내려서는데 뒤에선 병환이 또 한번 미끄러진다.
청옥산을 내려선지 20여분만에 연칠성령에 닿는다. 이곳 이정표에는 청옥산3.5k/0.40h, 무릉계곡12.3k /2.50h, 대피소(무릉계곡쪽)5.2k/1.20h, 고적대2.3k/0.50h 이라 적혀 있다. 오른편으로 내려서면 칠성폭포가 있는 바른골로 갈 수 있다. 연칠성령을 떠나 조금 진행하니 망군대에 닿는다. 여기부터 바위지대가 이어지는데 그리 위험한 구간은 아니다. 손으로 잡고, 발로 디딜 곳이 확실하다.
가는 길 중간 중간에 동쪽으로는 깎아지른 절벽으로 되어 있어 아득하게 내려다보인다. 동고서저이다.
바윗길을 더듬거리며 올라서니 1104 고적대(1353.9m)다. 이정표에는 괘병산2.5k로 표시되어 있는데 어느 산을 말함인지 알 수 없다. 고적대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운무 위로 남쪽으로는 망지봉(1210m), 서쪽으로는 중봉산(1283.5m), 북쪽으로는 수병산(1201.5m), 동쪽으로는 두타산선 너머로 쉰움산(683m)의 머리가 보인다. 고적대에서 왼편 능선을 따라 서쪽으로 가면 중봉산으로 갈 수 있다. 또한 동쪽 아래에는 그 유명한 무릉계곡이, 그 앞으로는 넘실대는 동해바다의 파도 있으련만 운무에 가려 아무것도 볼 수 없다.
고적대에서 사방을 둘러보고는 북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봉우리를 내려서니 나무계단과 돌로서 대간길을 닦고, 로프로 길을 정비하여 놓았는데, 군데군데 정비가 안 된 곳을 동해시에서 작업표시를 해 놓고 계속적으로 작업을 해 나가는 모양인지 작업도구가 숲 속에 놓여 있다.
고적대와 갈미봉 중간쯤 안부에 1130에 도달했는데 이곳에는 사원터라는 이정표가 오른편으로 방향을 표시하였으나 갈 길이 멀어 확인을 못하고 지나친다.
사원터를 지나 갈미봉을 향해 진하는 중에 앞에서 두런거리는 사람의 목소리가 귀에 들린다. 무척이나 반가운 인기척이다.
이런 산중에 산꾼을 만나리라 생각이나 했겠나, 걸음은 자연 서둘러 지고 마음은 허둥대며 조금을 진행하노라니 앞에서 두 사람이 우의를 입고 마주치는데 앞서 걷던 내가 어데서 오늘 길이냐고 반갑게 물으니 대간길 작업하는 분들이란다. 이런 장맛비에 작업이라니 아무튼 고생하신다. 가내 평안과 안녕을…….
두 사람을 뒤로 하고 10여분을 걸으니 갈미봉(1278m)에 1212 닿는다. 여기서 서쪽으로 뻗은 능선을 타고 가면 수병산(1201.5m)에 닿을 것이다. 하지만 대간은 북동방향으로 뻗어 있다. 갈미봉을 내려서니 이곳에도 나무계단, 돌계단, 가드로프로 대간길을 정비를 한 것이 눈에 띈다.
비는 아직도 강약을 겸하면서 계속적으로 내리고 있다. 갈미봉을 내려서서 어느 정도 진행하니 길은 잡목으로 앞을 가리고 군데군데 산죽이 발목을 감아 앉는다. 1142.8m봉을 넘고나니 이제는 잡목에 싸리나무까지 눈을 찌르고 난리부루스다.
북서쪽으로 진행하던 대간길은 어느새 정북으로 방향으로 틀더니 왼편으로 임도가 시뻘건 흙길로 나란히 다가오더니 1325 이기령에 닿는다. 이기령에서 왼편의 임도는 10m정도 떨어져 있으며, 그곳에는 도로를 정비하기 위한 포크레인이 괴물처럼 우뚝 서 있는 것이 산중에 문명이기이다. 이곳 이정표에는 원방재0.30h, 부수베리1.20h, 정상3.00h으로 되어 있는데 어느 곳을 정상이라 명하는지 모르겠다.
아내들이 이곳 이기령에서 우리를 마중한다 하였기에 휴대전화를 켜서 전화를 하려하니 통화불능 지역이다. 해서 나는 임도로 해서 원방재까지 갈 것을 병환에게 말하니(우리는 새벽4시에 아침을 먹고는 간식만 먹고 굶은 상태) 병환은 대간산길로 가자고 한다.
1330 이기령을 등 뒤로 하고 방향을 북서쪽으로 틀어 나가니 임도하고는 거리가 멀어진다. 상월산을 오르는 길이 힘에 겹다. 잡목과 싸리나무를 헤치며 이기령을 떠나 오름길로 25분 만에 넓은 공터에 헬기장을 만나는데 산불조심이란 스테인리스강경고판에 누군가 상월산이라 적어 놓았으며 백복령까지 3.15h 걸린다고 적어 놓았기에 우리는 여기가 상월산인 줄 알았는데 이곳은 상월산이 아니다. 다시 여기서 오름길로 15분을 오르니 바위봉우리가 나타난다. 이곳이 상월산이다.
힘들고 지치고 배가 고파서 잠시 다리쉼을 하며 간식을 먹고 있으려니 주위에 서 있는 나무위에 걸려 있는 상월산이라는 나무현판이 눈에 잡힌다. 간식(양갱1개, 찰떡파이2개, 스낵커즈1개와 오이를 점심을 겸해)을 먹고 있는 중에 계곡바람이 불어와 등골을 식히는데 하늘에선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대더니 비는 소나기로 변한다.
상월산(970.3m) 꼭대기에서 병환이 휴대전화로 아내를 부르니 통화가 안 된다. 이곳 전화기의 송수신 상태는 좋은데 아내들 쪽의 수신 상태가 안 좋은 모양이다. 15분간의 휴식을 끝내고 배낭을 챙겨 1425 상월산을 내려서니 대간길은 정서쪽으로 휘어져 원방재에 이른다.
잡목과 싸리나무에서 떨어지는 빗물은 온 몸을 목욕시키고, 등줄기로 흐르는 빗물은 싸늘함까지 더한다.
상월산을 내려서니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지는 대간은 원방재에 와서 다시 한번 1022m봉을 향해 고도를 높인다. 원방재에 1453 도착하여 보니 목원대 표언복교수의 코팅표지가 눈에 보인다. 코팅지에는 이기령1.00h, 백복령2.40h라 적혀 있으며, 또한 물은 임도에 있다고 한다. 임도가 대간의 왼편으로 20m 정도 떨어져 보인다. 이기령에서 원방재까지 임도길은 0.30h인 반면, 대간길은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무려 1.30h가량 걸린 것이다.
병환이 원방재 임도에 가서 자동차 바퀴자국을 살펴 확인한다. 이기령으로 마중하겠다는 부인들에게 차단 막이를 하였으면 오지 말라고 이야기 한 상태이므로 병환과 나는 서둘러 백복령으로 출발한다.
원방재에서 1022m은 북북서쪽에 위치하나 대간길은 북동쪽으로 진행하다 다시 서쪽으로 방향을 튼다. 이기령에서 상월산 오르는 길과 원방재에서 1022m봉을 오르는 깔딱 길이 아닌데 힘이 들다. 잡목과 산죽이 갈 길을 막고 싸리나무가 시야를 가리며 나뭇잎에 앉은 빗물이 등골을 적신다.
1545에 봉우리 하나에 올라섰는데 고도계를 확인하니 1022m봉이다. 여기에 헬기장이 있어 쉼터로는 그만인지라 잠시 주저앉아 다리쉼을 하면서 병환이 휴대전화 켜니 송수신 상태가 양호하다. 집사람과 통화를 한다. 빗소리, 바람소리에도 불구하고 병환과 통화하는 병환처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린다. 우리가 이기령을 지나간 후에 이기령(도로 공사 중인 임도는 빗물을 먹어 질퍽거림)에 올라 왔는데 바퀴가 빠져 돌들을 주어다 괴고 하여 고생고생 하였단다. 이그 빗속에 고상한 마나님들 안 쓰러 우얄꼬
♡
I LOVE YOU 싸랑해여..... 마나님들*^;
지금부터 1시간반정도면 백복령에 도착하게 될 거라며 통화를 끝내고 1555에 1022m봉을 내려선다.
비는 계속되고 싸리나무와 잡목길은 여전하다. 오름길에 지쳐있으련만 아내들을 만나리라는 기대에 걸음이 빨라진다. 빗길에 고생한 아내들을 빨리 보고 싶다. 1625에 987.2m봉을 지나고, 야트막한 몇 개의 봉우리를 넘으니 제법 오름이 센 능선을 오른다. 922.7m봉의 산등성이를 1655에 지나면서 내리막이 이어진다.
922.7m봉에서 10여분을 지나니 길이 오른편으로 갈라지는 곳을 만나게 된다. 대간길은 왼편으로 표지기 많이 걸려 있어 이를 따르면 문제가 없을 듯싶다. 이즘에서부터 백복령을 넘나드는 자동차 소리가 빗소리 속에서도 아련히 들려온다. 이 갈림길을 지나 10여분을 걸으니 커다란 나무들 위로 거대한 철탑이 우뚝이 닥아 오는데 자연의 세계에서 문명의 세계로 진입하는 게이트인 양하다.
철탑을 지나면서 5분여만에 강릉과 동해에서 정선으로 넘나들며 동서를 가로 지른 42번국도가 지나는 백복령(780m)에 도착하니 1725이다.
백복령 고갯마루에서 기념사진을 찍고는 포장마차휴게소앞을 보니 아내들이 우산을 쓰고 날머리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우리가 아내들에게 다가가니 비에 젖은 우리의 모습을 보고는 안쓰러움에 반긴다. 젖은 옷을 벗은 후 가져온 새 옷으로 갈아입고는 포장휴게소에 들려 커피한잔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사이 그녀들은 이기령에서 그동안 있었던 고생담을 한참이나 늘어놓는다. 무슨 무용담 같다. ☺☺
백복령을 1805 뒤로하고 정선임계로 향한다. 우리는 진부 부일식당에 들려 산채정식으로 저녁을 먹기로 한다. 승용차는 빗속을 뚫고 하진부에 도착하니 1920이다. 2번째 오는 길이라 빠른 듯싶다고 한다.
몇 번을 온 나보다 일전에 속초콘도 워크숍 다녀 올 때 한번 온 병환이 먼저 식당을 알아보고는 길을 안내 한다. 산채로 푸짐한 저녁을 먹고 식당을 나서니 1955다.
하진부IC에서 영동고속도로 진입해 차는 호법JC을 지났건만 나는 어느새 잠이 들어 동서울요금소 앞의 드르륵거리는 소리음에 잠을 깬다. 아직도 몽롱한 정신에 게이트를 통과해 판교 쪽으로 갈라지는 JC를 잘 알려 달라는 아내의 말에 괜스레 짜증을 낸다. 고생한 아내에게 할말이 아닌데 말이다. 미안해^^
집 앞에 도착하니 2200다. 우리를 내려주고 병환의 내외는 1시간여를 더 가야 하는데 피곤할 것이다.
고생한 병환 처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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