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이렇게 시간은 속절없이 지나가더니 병환이 옆에서 일어나 시각을 보고는 일어나자 한다. 해서 잠도 안 오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짐을 꾸리고, 초소내를 정리하고(지난밤 아무도 자고 간 흔적이 없음)나선다. 0535이다. 산도깨비가 유리창을 깨어 놓고 놀다가 사라진 것 마냥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네가(우리가) 지난밤에 한 짓을 알고 있다.
휴대전화로 아내에게 전화를 통한다. 지금 출발한다고!!!!(보고에 차질이 발생하면 죽음^!^)
조침령은 방동과 서림을 잇는 21km의 공사로 군 공병대가 건설하고 있다.
조침령에서의 단목령 들머리에는 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아마도 양수발전소까지 관광사업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이곳 들머리 이정표에는 우리가 지나온 옛조침령2.0k, 가는 길에 900m봉1.0k-943m봉1.0k-양수발전소1.5k로 되어 있다. 지금도 건설 중인 양수발전소까지는 3.5k인 것이다.
사진을 찍고 0545 들머리로 들어선다. 들머리에서 북북동쪽으로 5분 정도 걸었는데 동녘 산줄기 너머로 일출이 시작된다. 찬란한 태양의 떠오름이 환희롭다. 우리는 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는 서둘러 길을 간다.
0613에 900m봉을 넘고 943m봉을 넘어 좌로 돌아 나간다. 초목이 울창한 구릉지대를 지나서 오름이 시작된다. 조침령에서 이곳까지 나무계단의 시설물과 기둥들이 군데군데 박혀 있고, 물통들이 이따금 보인다. 0710경 오름의 끝머리 나무에 화살표가 왼편으로 그려져 있는데 리번은 오른편으로 붙어 있다. 아마도 왼편의 화살표방향이 양수발전소 가는 길인 듯싶다. 우리는 오른편의 표지기를 따라 5분여를 걸으니 처음으로 진동초교 정동쪽으로 벌막골 양수발전소의 허연 속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이곳에서 10분을 걸으니 양수발전소안내판이 보인다. 이곳에서 양수발전소가 확인이 안 되고 이곳 전에 자연을 변화 시키는 양수발전소가 확연히 보인다. 이정표에는 조침령 도상거리3.2k, 실제거리4.5k/1.40h, 북암령2.5k-875m봉1.3k-단목령1.0k로 기록되어 있다.
양수발전소를 오른편으로 끼고서는 한참을 가는데 넓적한 바위가 0740 나온다. 우리는 조침령을 떠나서 이곳에서 처음으로 다리쉼을 하면서 간식을 먹는다.
잡목을 뚫고 잡초를 헤치며 한참을 걸어갔는데 작은봉우리위에 삼각점(속초24 ‘92재설)이 심어져 있는 곳에 0824 이른다. 아마도 북암령 직전 1136m봉이 아닌가 싶다.
이곳 1136m봉에서 내림길에 나뭇가지 넘어 정면으로 점봉산과 설악산이 좌우로 확연히 보인다. 기념사진을 찍고 내려서니 구릉지대가 나타난다. 0841 북암령이다. 좌측으로 샘터 가는 길이 선명하다. 이곳까지 예상시간 보다도 약간 늦은 걸음이다. 이제 단목령이 코앞이다. 북암령에서 875m봉 오름은 산죽-잡목-산죽군락지가 연속된 북북서로의 대간길이 이어진다. 875m봉에 올라서니 정동쪽으로 가칠봉에서 점봉산으로 이어진 능선이 봉긋이 솟아 있고, 동편으로는 설악산의 바위군 이 위용을 자랑한다.
875m봉을 내려서서 한참을 걸은 듯싶은데 뱃속에서 야단이다. 밥을 달라고!!!! 해서 병환에게 조반을 먹고 가자고 주문하니 병환이 단목령에서 먹자고 하더니 0930 적당한 자리를 찾아 배낭을 벗는다.
국 끊이는 모습을 병환이 사진에 담는다. 나 또한 병환과 자리바꿈하여 사진을 찍고 있는데 백두대간 북에서 남으로 향하는 부부인 듯싶은 커플이 한참이나 떨어져 지나간다. 우리는 앞서가는 남편에게 수인사를 하는데 한계령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잠시 후 지나는 아주머니에게 수인사를 건네는데 화가 낫는지 뚱하다.
건조미역국을 끊여 햇반을 말아 먹는다. 병환이 밥맛이 좋았는지 대간을 하면서 오늘같이 맛이게 먹은 적이 없다고 한다. 아마도 허기져서 이겠지 *!*;
늦은 조반을 먹고, 배낭을 꾸리고는 화장실(산야가 변소야!)을 찾는다. 이렇게 하고나니 오늘 할 일을 다 한 듯싶다.
병환이 무릎 뒤 종아리 쪽에 당김 현상으로 아프다고 하여 사혈 침을 꺼내어 몇 번 침을 놓으니 피가 탁하다. 이렇게 피를 뽑고는 1034에 자리를 떠나 잠시 걸으니 왼편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우르릉 콸콸거린다. 처음에는 양양공항에서 비행기 이착륙하는 소리인 듯 생각이 들었으나 왼쪽으로 내려서는 길목에서 보니 계곡물이 흐르고 있고 잠시 후 단목령에 0943 도착하게 된다.
단목령은 인제군기린면진동리에서 양양군서면오가리로 넘어가는 고개로 당일종주팀은 이곳에서 마디로 삼을 만 하다. 이곳에서 점봉산까지는 자연휴식년제로 진입이 불가능하다. 허나 대간꾼은 범법자다.
이정표에는 양수발전소4.8k, 왼편으로 진동리(설피밭)1.3k, 오른편으로 오색초교3.0k/1.00h, 가는 길로 점봉산5.0k/2.30h(점봉산-좌측능선으로 곰배령7.0k)-망대암산1.30k로 표기 되어 있다. 단목령 장승과 표지목을 배경으로 기록사진을 찍고는 서둘러 점봉산으로 오른다.
단목령에서 점봉산까지는 서쪽으로 능선이 이어져 있다. 가파른 오름을 헐떡이며 오르는데 10분후 능선길에 내무부삼각점이 보인다. 내무부라면 언젯적 내무부인가. 855.5m봉을 넘고 1130 좌우로 진동리와 오색으로 갈리는 사거리를 지나고 25분후 사거리안부에 도착한다. 걸음이 늦어진다. 체력이 많이 소진된 듯싶다. 여기서 15분간 휴식을 취하고 다시 오름을 계속한다. 20분후 오색삼거리에 도착하게 되는데 등산로아님의 계고판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지친 다리를 이끌고 하염없이 오르고 또 오르는 가운데 1310 홍포수움막터인 듯 왼편으로 샘터 가는 길이 있다. 능선에서 북쪽을 바라보니 오색지대(남설악관광지)가 한눈에 보이고 그 너머로 설악산서북능선이 보란 듯 위용을 자랑하면서 따라오고 있다.
1345 드디어 점봉산(1424m)에 올라선다. 이정표에는 곰배령7.0k, 단목령5.0k, 망대암산1.3k라 적혀있고, 정상엔 산악회에서 온 듯한 이 댓명이 식사를 하고 있고, 떨어져서 군인 두 명과 아버지인 듯싶은 이가 한가로이 구경을 하고 있다.
북쪽으로 구름에 얼굴을 가린 청봉과 끝청, 귀때기청과 안산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서북능선의 실루엣과 주전골에서 올라온 만물상의 얼굴이 위용을 자랑한다. 아내에게 손전화를 꺼내어 17시까지 오색에서 놀다가 오라는 말을 전하니 아내는 늦어지는 우리에게 안쓰러운 목소리로 응답을 한다.
당초 예상은 이르면 15시 늦어도 16시에 한계령에 도착하리라 생각되었는데 많은 시간이 지체된 것이다. 점봉산표지석과 양수발전소를 배경으로 기록사진을 찍고 있는데 파리도 아닌 것이 개미도 아닌 날벌레가 얼굴을 할퀴고 있어 서둘러 점봉을 1400 내려서다가 간식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한다.
1435 망대암산(1236m) 바위위에 올라서니 여기 또한 날벌레로 인해 잠시의 여유를 부릴 사이도 없다.
쉴 사이 없이 망대암산을 병환이 앞장서 부지런히 내려선다. 가족들이 기다리고 해서인지 서둘은다. 안부에 닿으니 주전골갈림길이다. 여기서 잠시 다리쉼을 한다. 모두가 지쳐있다. 단목령에서 점봉산까지 이정표에 의하면 2.30h인데 평소의 우리 걸음으로는 2.00h 주파할 것을 3.00h이나 소요된 것을 보면 은 얼마나 지쳐있는지 알 수 있다.
주전골갈림길을 1527에 출발하여 오름에 이른다. 30분 정도 올라서니 봉우리다. 여기에서 만물상을 바라보니 가히 환상이다. 남설악을 대표하는 점봉의 귀경, 주전골에 십이담계곡, 만물상 등등.
잠시 사위를 바라본 후 내리막을 내려서다 오름에 이르러 1623 필레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이정표에는 필레골3.5k, 주전골갈림길2.0k-한계령2.0k로 표기되어 있다.
오른편으로 해서 능선으로 오르니 암릉을 넘게 된다. 바위를 넘고나니 주전골로 빠지는 길이 확연하다. 표지기가 달려 있어 길안내를 한다. 병환이 이 길로 가면 주전골로 내려서는 길이라고 하여 주위를 살피니 왼편으로 바위를 타고 오르는 길이 보인다. 스틱을 사려 배낭에 꼽고는 바위를 오르니 눈앞에 표지기 하나가 나뭇가지에 걸려 펄럭이고 있다. 아마도 이곳 꼭대기 어디쯤이 1157.6m봉일 것이다.
암릉을 오르고 내려서기기를 몇 차례 바위길 몇 군데 슬링이 매어져 있다. 환상적이고 위험한 만물상지대를 벗어나니 흙길로 완만한 내림능선의 시작이다.
병환이 뒤돌아 보더니 우리가 온 길이 잘못 되었다고 한다. 바위능선에서 내려서는 곳 왼편으로 고사목사다리를 발견한 것이다. 인터넷자료에 따르면 이곳으로 내려고 고사목사다리고 두어 개 있다는 기록이다. 하지만 부연 설명에 어느 곳이 정도인지 알지를 못하겠다고 적었다.
휴대전화를 켜서 아내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하나 연결이 안 되어 전원을 켜 놓은 채로 진행을 한다. 내림의 길에서는 왼편으로 필레에서 오르는 지방도가 실뱀처럼 휘어져 있고, 오른편에서는 오색에서 한계령으로 오르는 (44)국도가 꿈틀거리며 우리를 따라 오른다.
1735경 아내에서 온 전화벨이 요란스레 울려 댄다. 통화를 하여 20분 후면 한계령에 오색에서 오르는 국도로 해서 도착하게 된다고 통화하고 서둘러 전화를 끊는다.
잠시 후 우리는 연속된 방공호를 만나게 된다. 대간길은 2호와 3호 방공호 사이에서 오른편으로 이어져 있다. 표지기도 이곳 나뭇가지에 늦가을에 열매가 열린 듯 주렁주렁 매달려 있으나 병환은 이곳에는 감시초소에 입산통제 감시원이 있으니 세 번째 방공호를 돌아 나가자고 한다. 세 번째 방공호를 왼편으로 돌아가니 희미한 등로가 보인다. 이렇게 하여 내려서니 계곡이다. 물이 흐르는 계곡을 통해 내려서니 필레길에 철조망이 쳐져있는 것과 맞닿는다.
철조망을 타고 넘어 필레길에 내려서니 1743이다. 여기서 기록사진을 찍고 있는데 승합차한대가 지나가며 어린아이가 차창을 통해 우리를 신기한 듯 쳐다본다.
고갯길로 해서 대간정상에 오르니 출입통제초소는 텅 비어 있고, 뒤쪽으로는 철조망이 쳐져 있는데 누군가가 뜯어 놓아 대간꾼(범법자들?!)들이 넘어가고 넘어온 것이 확연하다.
가족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1803 한계령(935m)에 올라선다. 근 일년(341일)에 걸친 백두대간종주를 끝마치게 되는 것이다. 감개가 무량하고 뿌듯한 것이 무엇에 비길까!!!???(사실 한계령~미시령~진부령길을 지나간 가을에 먼저 마쳐 연속의 산행에 흠집을 낸 것에 마음이 걸린다.)
서둘러 석양이 비치는 한계령휴게소를 배경으로 기록사진을 찍고는 서둘러 승용차에 올라 진부령으로 향한다. 이벤트를 위하여 *!*;
진부령 알프스리조트 들머리에 있는 “가자백두산으로”기념탑에 표지기를 걸면서 기록사진을 찍고는 진부령미술관에 도착하니 1840 이다.
이제부터 행사가 진행된다. 진부령표지석앞에 서서 직장에서 제작해준 “축하백두대간종주”현수막을 앞세워 아내들의 꽃다발 증정에 이어 아이들의 색종이폭죽과 삼페인세례를 받으며 기념행사를 치른다.
이어서 가족들은 표지석 앞에 놓여진 대리석상에서 기념케익에 촛불을 붙여 놓고는 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생일축하 노래가 아닌 대간종주 노래를 불러준다. 흐뭇하다. 촛불을 끄고, 커팅의식을 치르고 케익을 나누어 먹고는 주변을 정리한 후 어둠에 휩싸인 진부령을 떠난다.
이렇게 행사를 하다가 보니 저녁7시가 훨 넘었다. 우리는 홍천양지말에서 화로구이로 늦은 저녁을 먹고는 각자의 승용차로 귀경한다.
이제 백두대간종주를 마무리 한 것이다. 지금까지 아내들의 헌신적이면서도 물신양면으로 도움이 없었다면 백두대간의 종주는 요원한 것이다. 아내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한다. 싸랑해여 *^; 아내여
그동안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 주신 모든이 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백두대간 후기]
우리가 백두대간종주를 하면서 대간꾼 4팀을 만나게 되었는데 함백산에서 연속산행하는 3명과 매봉산천의봉에서 내려오는 청년1명, 조침령인근 대야영장에서 연속64일간 산행중인 청년1명, 단목령에서의 부부대간꾼 1팀이다.
‘04. 8. 26. 승무소에서는 우리의 백두대간종주기념으로 축하를 해준다. 사진촬영을 마치고 식당으로 이동, 저녁식사를 하는 중에 많은 이들로부터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는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자전거로 해안일주를 하였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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