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륜에 몸 싣고

속사리재~태기산 양구두미재~황재~횡성~도덕고개~용문

힉스_길메들 2011. 11. 13. 20:31

일찌감치 숙소를 정하고 욕조에 온수를 받아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나니 어느새 배가 고프다.

 

나는 여행중 진부에서 식사를 할 경우 꼭 이 집에서 밥을 먹었다. 진부IC에서 나와 진부읍내로 들어서며 SK주유소가 나오는데 주유소 옆 공터의 뒷 집 아담한 한옥으로 어둠이 대지에 내려서 있는 시간인데도 많은 승용차와 광관버스가 주차장을 지배하고 있다.  

 

집안으로 들어서며 안마당에서 일하시는 분께 손가락 한개를 펼쳐보이며 '혼자'하니 들어설 방으로 안내를 한다.

메뉴는 산채정식 단일 메뉴이고 단품으로 더덕구이와 황태구이 그리고 몇 종류의 주류가 있을 뿐이다.

 

달콤하고 짭쪼름한 꽁치조림, 새콤한 열무김치, 시원한 배추김치 그리고 이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고소한 두부부침이다.

 

 

 

2인이상이면 각종 반찬과 나물들을 접시에 담가져 나오는데 1인분을 시키면 이렇듯 5색 찬그릇에 담겨져 나온다. 여기에 비벼 먹고 싶으면 대접을 달라하면 커다란 대접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서 갖다 준다.

 

시골된장을 풀어서 내어 놓은 된장찌개의 맛은 두부와 약간의 무를 썰어 넣은 투박하며 단조로운 찌개이지만 짭조름하고 서정적인 맛이 깊은 뒷맛을 느끼게 해 준다.

 

밥 한공기와 두부부침 한접시 그리고 배추김치를 더 갖다 달래서 이렇듯 모두를 비우고 숭늉으로 입가심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는데 주인장 '8천원이요!' 해서 '밥 한공기 추가했는데요' 하며 1만원짜리를 꺼내 계산을 하니 '현금을 주시니 9천원인데 8천원만 받을께요!' 하신다. '고맙습니다. 잘 먹고 갑니다!'하고 집을 나선다.

 

SK주유소옆으로 길가에 "산채전문 부일식당"이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기에 찾기는 쉽다.

 

저녁을 배불리 먹고 마트에서 빵 한개를 사서는 숙소로 돌아와 am5시반에 알람을 맞춰 놓고 피곤한 몸을 침대에 뉘고 TV를 켜고 시청을 하다 스르르 잠에 빠진다.

알람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고는 옷을 입고 어제 산 빵으로 요기를 한 뒤 숙소를 나와 장평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진부에서 6번국도 즉 경강로를 따라 속사리재를 넘다보면 영동고속도로 고가가 보이는 곳에서 6번국도 옛길인 속사리재길이 왼편으로 나온다.

경강로는 국도 6번을 말하는데 서울과 강릉을 연결한 도로명으로 속사리재길로 들어서니 오가는 차량이 없어 한가하다.

진부에서 속사리재 중간쯤에 백산산림욕휴양림이 있는 쉴터골에 진부MTB코스안내도가 자리하고 있다.

 

속사리재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공사표지석이 자리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여기서 막걸리를 마신 듯하다.

 

고갯마루를 넘어서서 속사쪽으로 내려서는 지점에 둔전평농의 고장 용평면이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속사삼거리를 직진해 통과한다. 우호전하면 '공산당이 싫어요' 해서 죽임을 당한 "소년이승복기념"을 지나 계방산 운두령을 넘어 내린천의 발원지인 홍천 내면으로 들어갈 수 있는 도로이다. 

  

am7:30 이른 시각 장평, 새벽녁에 빵으로 요기를 하였으나 있을 때 먹어둬야 한다는 신념이 발동해 조반을 먹기 위해 버스터미널 주변을 기웃거린다.

몇 곳의 식당이 문을 열었으나 그중에서 손님이 식사를 하고 나오는 듯한 식당 "그린식당"에 애마를 세운 뒤 청국장을 주문하여 식사를 한다.

가족들이 식당을 운영하는 듯한데 아버지는 바깥을 청소하더니 어머니는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큰 딸은 홀에서 서빙을 하며 작은 딸은 친정에 다니러 왔는지 홀에서 왔다갔다 하며 정리를 한다.

밥을 거의 먹었는데 큰딸 '밥 한공기 더 하실래요?', '아니요! 됐어요'. 작은딸 '커피 한 잔 하실래요?, '네, 고맙습니다', 하니 자기네가 마시는 봉지커피를 꺼내어 타 주신다. 커피를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하자니 젊은 남자가 나온다. 아마도 작은 사위인듯 잔돈을 거슬러 주며 자동셀프커피를 가르키며 '커피 한 잔하세요!, 하기에 '네, 마셨습니다' 하고는 식당을 나선다. 고마운 분들이다. 말 한마디로 밥 한끼 먹고가는 지나는 길손을 행복하게 해 주니.... 

조반을 먹고는 장평삼거리에서 우측의 6번국도 봉평, 장평IC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자전거를 탄지 어언 8년의 세월이 흘렀고, 자전거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안아서 동호회에 울트라500이라는 제목으로 번개공지를 올렸었다.

울트라500은 서울 잠실을 출발해 양평~청운~횡성~장평~대관령~강릉~속초~미시령~인제~홍천~양평~서울까지 약 500km를 무박2일로 달리는 거침없는 질주를 겁없이 시작했었다. 단, 저녁과 아침식사를 하는 식당에서 1시간만 잠을 자는 것으로 하고 나를 비롯해 철수님, 불가사리님, 청심님, 나뚜루님 이렇게 다섯명이 출발해 독수리오형제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그때 횡계부터 시작된 비가 대관령을 넘어 새벽 4시에 강릉에 들어서니 더욱 세차게 내려서 강릉에서 고속버스로 귀경하기로 결정하고 터미널 부근의 24감자탕집에서 새벽 요기를 하고는 귀경한 미완의 울트라500이 되었었다.

사진에 보이는 [424]지방도를 따라 백옥포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옛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둔내까지 가면 약 10km 거리를 단축 시킬 수 있으나 예전 울트라500코스를 진부부터 거꾸로 타기로 하며 횡성, 봉평쪽으로 직진을 한다.

 

봉평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필무렵"의 배경이 된 마을로 가을엔 온 동리가 하이얀 메밀꽃으로 단장을 하고는 관광객을 유혹한다.

 

울트라500때 횡성에서 태기산고개인 양구두미재를 넘어서 이곳 삼거리 여느 식당에서 오삼불고기로 저녁을 먹고는 주인에게 1시간을 자고 갈 수 있도록 부탁을 하여 1시간을 잔 뒤 길을 나서는데 누룽지를 싸 주시며 심심하고 허기질 때 먹으라던 생각이 나 그 집을 찾아 보았으나 간판이 바뀌었는지 찾을 수가 없다.

저 앞 태기산을 보라! 지금이라도 금방 한차례 비라도 쏟아 부을 듯한 먹구름이 갈 길을 망설이게 한다.

 

태기산을 올라가는 길목은 이렇듯 휘어지고 구부러져 커다란 비단구렁이가 산자락을 올라가는 듯 싶다.

 

 

 

 

태기산 고갯마루인 양구두미재는 평창군 면온면에서 횡성군 둔내면으로 행정지도가 바뀐다.

 

싸이트가 눈앞에 있으나 넘실대는 구름과 안개로 시야가 막히고 언제 쏟아 부을지 모를 비 걱정에 서둘러 애마를 몰아친다.

 

6번국도 경강로를 따라 양평, 횡성쪽으로 진로를 잡아 달린다.

 

장평에서 백옥포쪽으로 방향을 잡아 옛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왔다면 청태산휴양림과 둔내휴양림앞을 지나 이곳으로 나왔을 것이다.

 

현천삼거리, 원주쪽으로 갈 경우 왼편의 길로 가면 될 것이나 나는 옛 울트라500길을 거꾸로 달리는 중이니 양평, 횡성쪽으로 직진을 한다.

 

이름도 거창한 황재, 황재는 해발 500m로 둔내면과 우천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벼를 베어 이렇듯 묶어서 세워놓으면 나락이 가을 햇살에 바짝 말라 낱알이 영글어고 탈곡하기가 쉽다.

 

횡성읍내를 가로질러 왔는데 배도 아니고프고 횡성한우로 유명한 곳이라 한우로에는 집집이 한우집이다.

횡성을 지나 경강로와 만나기 전에 잠시 다리쉼을 하며 간식을 먹고 있는데 늦가을 들꽃 위에 꿀벌 한마리가 빨대로 꿀을 빨고 있다.

 

신촌교차로, 직진을 하면 춘천, 홍성쪽으로 달리는 5번국도이고, 오른편으로 빠져나와 굴다리를 좌로 돌아나가면 6번국도 경강로로 서울, 양평쪽으로 가는 길이다.

 

어느새 배가 고프다. 초원리의 길가 "초원정"이라는 식당으로 들어가 혼자 먹을 식사가 무엇있나 물으니 청국장과 메밀수제비가 있단다.

 

청국장을 주문하고 밖에 벤치에 애마를 묶으며 옛날 어릴적에 먹었던 메밀수제비를 떠올려 메밀수제비로 바꾸어 먹으려 청국장을 취소하고 메밀수제비를 주문한다.

 

메밀수제비는 또하나의 별미이고 옛 추억의 맛일 뿐이다. 메밀 자체의 깔끄러운 맛이 부드러운 밀가루에 젖은 입맛을 돌이키기에는 부족한 느낌이다.

더욱이 옆 식탁에서 주문한 청국장정식은 구수한 청국장과 김장을 하는 중에 내어 놓은 배추쌈과 꽁치구이 등 푸짐함이 가득하다.

 

해발 300m인 도덕고개. 는 강원도를 벗어나 경기도로 들어섰음을 알린다.

 

해발 300m인 도덕고개는 강원도를 벗어나 경기도로 들어섰음을 알린다. 경기도에 들어서서 그런지 마음이 고향에 온 듯 안온한 느낌이다.

 

청원면의 용두교차로다. 고성과 속초, 양양쪽에서 오는 길인 설악로와 만나 서울, 양평쪽으로 길을 잡으니 벌써 집에 다 온듯 싶다.

 

단월을 지나서 대명휴게소에서 잠시 쉬면서 음료수를 하나 사 갈증을 달랜 뒤 다시 길을 떠나 삼가교차로를 지나 봉상교차로에서 우측으로 빠져 지평, 광탄쪽으로 들어선다.

광탄의 봉황정은 흑천의 물줄기가 높다란 바위절벽에 막혀 휘돌아 간 지점에 세워져 정자로 중국의 명승지 금릉의 봉황대를 닮았대서 붙여진 정자 이름이란다.

 

봉황정앞의 흑천과 모랫사장이 아름답게 펼쳐져 햇살을 받아 반짝거린다.

 

용문에서 전철을 타고 오늘의 여행을 마감하려 한다.

진부~장평~태기산 양구두미재~둔내~황재~횡성~도덕고개~청운~용문간 여행한 거리가 약 123.2km이고

 

어제 횡계에서 피득령~구절리~아오라지~나전~오대천~진부까지 여행한 것까지 합친 거리가 220.5km이다.

더보기
아내를 자랑한다는 것은 팔불출에 하나라지만 나의 아내인 반구정은 사랑스런 여인이다.

이해심도 많은편이고, 애교도 그만인데다 시집 식구들과도 원만하다. 단, 한사람 윗동서와 트러블(형수가 어머니께 목청을 높인 사건) 이 있은 뒤론 형님쪽에서 우리와 마주하려 하질 않는다.

그런 아내에게 간혹 내가 심술궂게 어긋장을 놓으면 눈물로 사랑타령을 하지만 그래도 사나이로서 굳건하게 버티다간 시들해 진다.

나는 그런 아내가 늘상 나보다 3년만 더 살며 내 제사를 지내준 뒤 뒤따라 오라고 누누히 이야기를 하며 운동좀 해서 건강하게 살라고 하면 나름대로 운동을 많이 한단다.

아내는 힘든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예전에 내가 등산을 할 때엔 산에 따라다니는 것을 그렇게 싫어했었는데 자전거를 타면서 한참은 함께 잘도 타더니 요즈음 들어서 자전거 타기가 실증 났는지 도통 움직이려 하지를 않는다. 그러면서 친구들과 수다떨러 다니는 것을 즐기는 듯 싶다.

나는 아내와 함께 자전거 여행을 즐기고 싶으나 아내는 이런저런 핑계거리를 만들어 회피하려는 듯 싶고 이번 결혼 28주년 여행도 1박2일 예정으로 첫째날은 진부에서 자전거 타기, 둘째날은 오대산 등산 후 귀경하려는 예정이였으나 약간의 트러블로 함께 여행하는 것을 취소하고 나홀로 자전거 여행을 1박2일로 떠나 버렸다. 

나는 아내에게 화가 나면 사랑스런 그녀가 그렇게도 미울 수가 없고 말도 건네기 싫다. 그만큼 함께하고 싶고 사랑을 나누고 싶은데 언젠가 아내는 나에게 집착을 한다는데 이것이 애정인가? 집착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