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궁합에서 최악의 궁합까지 모두 맛보았다. ‘포스트 짜파구리’를 찾아 나선 <아레나> 실험단의 라면 이종교배 실험 일지.
실험 재료: 오징어 짜장, 간짬뽕, 참깨라면, 게살야채탕면, 멸치 칼국수, 김치라면, 콕콕콕 스파게티, 콕콕콕 치즈볶이
실험 방법: 이상적인 궁합으로 여겨지는 네 쌍, 총 8개의 라면을 고르고 스프와 물을 조금씩 달리 하여 끓인 후 여러 차례 시식했다. 시식할 때에는 절대 다른 고명을 넣지 않고 라면 본연의 맛만을 보았다.
1. 돌연변이의 탄생 <실험 재료 오징어 짜장, 간짬뽕>
그야말로 '초딩 입맛'의 소유자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 같은 조합이다. 라면 이종교배 시 가장 많이 선호하는 '짜장' + '매운 라면'의 조합에서 매운 라면을 국물 라면 대신 볶음면으로 조합해보았다.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강렬한 스프 맛이 돋보인다. 시식이 계속 될수록 어디선가 맛본 듯한 익숙함에 참가자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결국 신당동 즉석 떡볶이 맛과 유사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떡볶이는 웬만하면 모두 좋아하는 국민 간식이니, 오징어 짜장 + 간짬뽕은 이종교배 시 가장 '안전한' 조합으로 만장일치 의견을 모았다. 간짬뽕의 달큰하면서도 매운 풍미가 짜지 않고 슴슴한 오징어 짜장의 맛과 잘 어우러진 성공작이었다.
TIP. 양념을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라볶이를 만들 수 있는 굉장한 아이템이다. 면을 삶을 때 떡이나 어묵을 넣고 같이 비비면 간편하고 맛있는 라볶이가 될 것 같다.
FOR. 평소 사천자장의 매콤한 맛을 좋아하거나, 자장면에 고춧가루를 듬뿍 뿌려 먹는 방법을 선호하거나, 아니면 자극적인 조미료 맛에 길든 남자 자취생들에게 권한다.
2. 멸치 칼국수의 강력한 포스 <실험재료 멸치칼국수,김치라면>
멸치 육수에 신김치를 잔뜩 넣고 끓인 '김치 칼국수' 같은 맛을 기대했다. 그러나 멸치 육수의 시원함과 신김치의 칼칼함이 잘 어우러질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실험 참가자들을 종국에는 공황 상태에 빠지게 만든 비운의 조합. 멸치 칼국수의 맛이 의외로 강해서, 스프의 비율을 1에서 2/3, 1/3로 줄여 재차 끓여보았지만 도통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김치라면 맛이 전부 사라져 버린 것. 이번 실험을 통해 멸치 칼국수의 스프 맛이 의외로 강하고, 김치라면의 스프 맛은 의외로 부드럽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조리할 때도 하나는 건면, 다른 하나는 유탕면이기 때문에 끓이는 시간에 30초 정도 차이를 둬야 해 번거로웠다.
TIP.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치 칼국수의 맛을 내길 원한다면 신김치를 송송 썰어 첨가하길. 맛의 균형도 맞고 건더기의 씹는 맛도 즐길 수 있을 듯.
FOR. 맵지 않은 라면을 선호하지만 멸치 칼국수만으로는 어쩐지 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조합.
3. 서로의 단점을 감싸 안고 윈윈! <실험재료 콕콕콕 스파게티,콕콕콕 치즈볶이>
불량식품 같은 느낌이라 평소에 꺼렸던 라면들이지만, 라면 이종교배 마니아들의 적극적인 추천을 받고 이번 실험에 착수했다. 이 조합은 특히 20대 이하의 '어린 입맛'들에게 인기 있다고. 결과적으로는 참가자 모두에게 호평을 받은 의외의 성공작. 콕콕콕 스파게티의 짜고 신맛과 콕콕콕 치즈볶이의 느끼한 맛이 잘 섞여 적절한 타협점을 찾으면서 최상의 조합으로 거듭났다. 컵라면이기 때문에 섞을 때 그릇을 따로 마련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끓이는 시간과 물의 양 조절에서 특별히 신경 쓸 점이 없어 굉장히 간편했다. 아무래도 금방 질리는 맛이긴 한데, 워낙 정량이 작아 어지간히 식탐이 많지 않고서는 질리기 전에 다 먹어치울 수 있을 정도다.
TIP. 따라 버리는 물의 양을 조절하면 맛의 농도를 달리할 수 있겠다. 정상 레시피대로 물을 따라 버리면 시간이 감에 따라 면이 퍽퍽해지고 맛도 강해지는데, 물의 양을 적당히 맞추면 좀 더 촉촉하면서 부드러운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FOR. 치즈 맛이 부드럽고 스파게티 스프 맛이 새콤해서 중·고등학생이나 여자들이 선호할 만하다. 한 끼 식사가 아닌 간식거리로 더 알맞다.
4. 정체불명의 맛 <실험재료 게살야채탕면,참깨라면>
게살야채탕면의 부드러운 국물 맛과 참깨라면의 고소함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 예상한 조합이다. 결과는 멸치 칼국수 + 김치라면의 조합과 마찬가지로 이도 저도 아닌 맛이 되어버려 참패. 게살야채탕면 스프의 부드럽고 시원한 맛이 참깨라면의 강렬한 풍미에 잠식당해버렸다. 하지만 게살야채탕면 스프의 큼직큼직하고 생생한 건더기가 존재감을 확연히 드러내면서 큰 장점으로 부각되었다. 만약 게살야채탕면의 담백한 맛에 매운맛을 더하고 싶거나, 반대로 참깨라면의 맵고 고소한 맛을 조금 중화시키고 싶다면 그다지 나쁘지 않은 조합이라 판단된다.
TIP. 참깨라면의 가루 스프를 2/3 정도로 줄이면 매운맛이 덜해져 조금 더 조화롭다. 참깨 라면의 유성 스프를 아예 빼고 조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
FOR. 참깨라면을 좋아하지만 부실한 건더기와 지나치게 매운맛에 불만이었던 사람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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